일의 속도

4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일의 속도가 매우 느려지고 있다.

일을 받으면 이해하는데 걸리는 속도도 느려졌을뿐더러, 일을 처리하는 속도와 결과물을 검수하는 속도 모두 느려졌다.
게다가 논리실수와 오탈자까지 늘어서, 항상 중간 점검을 하면서 틀린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없다면 일은 끝날 줄을 모른다.

그 첫째 원인은 기억력 저하인 것이 분명하다. 방금 읽은 글들, 방금 정의한 함수들, 방금 정의한 변수들 등등이 몇 초 이후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요새는 모든 것을 적어놓는 버릇을 기르고 있다.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는 그나마 다행인 것이, 얘기한 내용은 어느 정도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면 큰 윤곽을 이해하는 것은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지만, 세세한 정보들을 파악하고 서로 엮어서 외우는 것은 매우 어려워져 버렸다.

둘째 원인은 너무 일이 많아서인 것 같다. 한 가지 일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다가도 대기하고 있는 일들이 생각나는 바람에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이런 고민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적으니, 현재 일에 집중할 때는 다른 일에는 아예 신경을 꺼야 할 것이라 생각을 들지만 그리 행하기는 쉽지 않다.

셋째 원인은 저하된 체력이다. 운동을 할 때도 최대 피치를 올려서 하지를 못하겠고, 운동 지속시간도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서 로잉과 같이 전신근육을 쓰면서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은 요새 하지를 못 하고 있다. 수영도 예전같지 않아 천천히 끊어서 끊어서 물을 타는데 집중을 하고 있다.


재작년 초부터 최현도 교수와 함께 작업하던 논문이 reject를 먹고, 원시자료부터 새로 구축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작년 초까지 만들었던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최현도 교수의 응답에 최대한 빨리 다시 만들어서 보내주겠다고 얘기는 했지만, 사실 다른 일 때문에 바쁜 것도 있었고 SQL문을 짜고 싶지 않은데다가 R로 하려면 너무 복잡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손을 놓고 있었다.

더 이상 일을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최교수가 전화와서는 조금 빨리 데이터를 건네줄 수 없느냐는 얘기를 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PATSTAT 매뉴얼부터 새로 읽으면서 관련 논문들을 살펴보니 역시나 SQL 문을 제대로 써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MySQL-5.7로 구축된 내 DB 서버가 아무래도 최신 버전보다 느리지 않나 싶어서, MySQL-8.0으로 업데이트하다가 뻑이 나고..
다시 MySQL-5.7로 롤백을 하고 백업을 하려 했으나, 이미 몇 개의 테이블이 맛이 가 있어서 해당 DB들은 아예 지워버렸다. 근 10년 동안 쓰지 않았던 DB니 향후 쓸 일도 없겠다 싶어서. 게다가 뻑이난 DB를 살릴 재간이 나에게는 없었다.

그리고 MySQL을 지우고 MariaDB-10.3 을 새로 깔아보니 shell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는데 emacs의 SQL 모드에서는 화면에 제대로 뿌려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혹시나 MariaDB 버전과 emacs 버전의 궁합이 안 맞나 싶어서 MariaDB-10.7을 새로 깔았더니, 그제서야 제대로 뿌려준다. 자잘한 문제는 있지만 며칠 삽질과 고민을 하다가 사용하는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DB를 복원하고 index를 새로 만들고 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너무 보냈다.


그저께 오후에 철건이가 전화해서는 내 연구실에서 본인이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원래 어제 저녁에는 고재민 교수와 저녁 약속이 있었다.
철건이와 논의는 몇 시간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혹시나 싶어 고재민 교수에게는 일이 늦게 끝나게 될 경우 저녁을 같이 못 먹을 것 같다고 미리 언질을 해 놓았다.
어제 점심부터 늦은 저녁까지 철건이와 논의를 하다 보니 역시나 고재민 교수와 저녁을 먹지를 못 했다.
게다가 아침에 주차를 엉망으로 해 놓았는데, 집중해서 논의를 하는 와중에 차를 빼달라는 전화도 몇 통이나 놓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건이의 문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시간은 시간대로 썼는데, 쉽사리 문제는 풀리지 않고 일처리가 예전보다 많이 느려진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철건이와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마음 너른 철건이는 나를 집까지 태워다 줬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인터넷을 하다가 금세 잠이 들어버렸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8시까지 늦잠도 자버렸고, 등산도 하지 못해서 아침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게다가 어제 차를 두고 퇴근을 하는 바람에 학교에 버스를 타고 갈 기분도 들지 않았다.

내 방에서 노트북을 켜고 잠시 최교수와 하는 논문 프로젝트의 코드를 살펴본다.
파일이 많아서 어떤 파일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그래서 README.md 파일을 새로 작성을 했다. 나중에라도 이런 삽집을 하지 말라고 말이다.
함수들에 대한 설명, 작성한 파일에 대한 설명, 생성되는 파일들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적어놓았다.

이제는 이런 설명문을 만드는데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을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중에는 더 기억력이 안 좋아져서 파일들을 살펴보면서 그 역할을 따져보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mosh 설정

연구실 ubuntu와 mac에 mosh를 설정해야겠다.

집에서 접속을 해서 작업을 할 때마다 느려서..


이 글은 처음 쓴지 약 일주일이 지난 것 같다.

지난 이틀 동안 연구실 ubuntu와 mac에 mosh를 설치했다.

ubuntu에는 제대로 설치가 되었고, 작동도 제대로 되었다.

그러나 mac에는 firewall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구글링을 해보니, 나와 같은 문제를 모두 겪고 있었으면 그 누구도 해결책을 찾지 못 한 것 같았다.

그래서 mac에 mosh를 설정하는 것은 포기했다.

요새 ubuntu에는 접속할 일이 거의 없으니, airport에서 port forwarding도 아예 지워버렸다.

결론적으로, mosh는 당분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true color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mac 방화벽과도 궁합이 맞지를 않으니 말이다.

약간 불편하더라도 당분간은 ssh를 사용할 것 같다.

아침 등산

요새 주중에 아침 등산을 거의 다니고 있다.

매일 같은 자하능선 등산로만 다니다가 너무 고바위가 심해서 무릎이 시큰거려서, 요며칠은 소계곡을 따라 관악산을 올라다니고 있다. 어떤 루트를 타든 하루에 약 3km 정도는 등산을 하는 것 같다.

거의 같은 길로 자주 다니다 보니 하루하루 동식물들이 살아가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요며칠은 청솔모가 나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이 녀석들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닐 때마다 '휙~'하는 채찍 소리가 들리는게 신기했다.

소나무도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 가고, 철쭉 꽃은 만개했으며, 개나리에는 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다른 나무들에도 봉오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는 있지만, 나무 이름을 모르니 그저 오늘은 이 나무에 봉오리가 어제보다 더 맺혔구나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

그저께 밤에는 고바위를 타고 삼거리까지 올라가 볼까하고 등반을 시작했지만, 무서워서 후딱 경로를 재설정했다.
집 -> 구세군 뒷길 -> 땅이네 -> 정자까지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땅이네에서 정자로 오르는 중에 갑자기 공포가 엄습해 와서 다시 경사가 급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았다. 역시나 그 길의 끝에는 누군가가 땅을 다져놓았고, 다소곳이 의자 하나도 너른 소나무 아래에 놓여있었다. 나보다 더 부지런히 다니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다.

오늘 아침은 역시나 6시 정도에 눈이 떠져서 등산스틱을 잡고 집을 나왔으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예보상 7시부터 비가 내린다고는 했는데, 너무 일찍 비가 내리는게 아닌가 싶더니 금새 비가 그친다. 오늘 루트는 집 -> 구세군 뒷길 -> 땅이네 -> 소나무 의자 -> 정자 로 잡았다. 정확하게 2km 거리인데, 경사가 완만해서 그런지 무릎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내일부터는 이곳 저곳 새로운 길을 찾아서 더 다녀볼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관악사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들의 생활상을 더 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