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가을에 연구실을 옮기고 페인트 칠, 등기구 교체를 하면서 학교에서 지급된 책상과 책장을 학생들에게 주고, 사무 보는 책상과 회의용 책상을 새로 맞췄다.
그리고는 바닥 공사!!
와이프가 선물해 준 그림을 몇 개 걸고, 간소하게 살아보려고 대부분의 물건은 버리고 정 필요한 책과 집기구들을 옆 빈 방에 두었었는데, 학생들이 옆 방으로 옮겨오게 되면서 다시 책과 집기구 등은 내 연구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책상과 깔맞춤 벽걸이 책장을 만들려고 나무까지 다 사두었지만 시간이 나지를 않아서 1년여 동안 완성을 못 하고 있다.
사실 게으른 탓이 크다.
작년에 책상 밑에 맥 미니를 두고 전선을 모두 책상 밑에 붙여서 숨기기로 계획을 잡았다.
다이소에서 전선 정리 클립을 왕창 사다가 책상 아래 붙여놓고 전선을 욱여넣었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나자 클립의 90%는 떨어져버렸다.
그래서 3M 양면 테이프를 사서 클립을 새로 고정 시켰다.
몇달은 잘 고정되는 것 같더니 여름이 다가오면서 다시 붙인 클립 중에서 50%는 떨어져 버렸다.
강력한 종이 테이프를 사다가 책상 아래 덕지 덕지 전선의 시작 부분부터 끝나는 부분까지 붙여놓았지만 역시나 종이 테이프도 며칠을 못 가서 너덜너덜해졌다.
제주도를 갔을 때 비닐하우스의 찢어진 비닐을 수리하는 강력 테이프가 보여서 가져오기는 했지만, 다시 책상 밑에 기어 들어갈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게다가 비닐 강력 테이프를 썼다가 또 떨어지는 날에는 끈끈이 지옥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비닐 강력 테이프는 아직도 집에 모셔두고 있다.
너무 바쁘기도 했고, 이 전선들을 책상 밑에 고정시킬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마치 정글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에 주렁주렁 걸쳐 있는 덩쿨 식물들이 책상 아래 서식하는 것 같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저번 주에 상협이와 연구실에 와서 놀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상협이가 대뜸 얘기를 한다.
"아빠, 아빠 책상 밑에 전선들 좀 지저분해 보여요."
가끔씩 오는 아들도 그렇게 느꼈으니, 이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싶어서 다시 고민을 했다.
집 외벽에 전기차 충전기와 외부 콘센트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면서 사용했던 전선 클립이 갑자기 떠올랐다.
'전선 클립을 가져다가 직결 나사로 튼튼하게 책상 밑에 박아버리면 되겠구만.'
집에서 전선 클립과 직결 나사를 충분히 챙기고 학교로 왔다.
과사에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전동드릴은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며칠 뒤에 과천 공구센터에서 전동드릴을 빌려서 학교로 가지고 왔다.
어제부터 전선 정리를 새로 하면서 전선 클립을 책상 밑에 하나하나 새로 박는 작업을 오늘까지 했다.
어제는 청소기로 바닥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책상 위를 매우 간결하게 정리를 한 다음에,
멀티탭을 벽에 고정시키고,
책상 밑에 기어 들어가서 전선들을 정리할 계획을 세우면서 클립을 박아나갔다.
별 생각 없이 클립을 박아나가도 되었지만, 왠지 너무 클립을 많이 박아놓으면 책상한테 미안해서 최소한도로 직결나사를 사용하려고 하려니 시간이 꽤 걸렸다.
케이블 타이가 모자라서 짱구를 굴려보기도 했지만, 역시나 어제 다 마치지는 못 했다.
오늘은 랜선을 정리하면서,
프린터를 서랍장 위에 올려놓고,
타임캡슐을 프린터 뒤에 숨겨 놓은 다음에,
랜선을 재단해서 랜선 깔맞춤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바닥에 늘어놓은 공기청정기와 가습기 등의 전선을 숨기는 작업을 했다.
마지막으로 타임캡슐에 물린 와이파이 기기를 싹 정리해서
mac address와 IP address를 매칭시키는 작업을 했다.
이번주에 시간이 나면 공방에 가서 벽걸이 책상 만드는 작업을 마무리해야겠다.
그리고 며칠 시간을 내서 책장을 벽에 달아놓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책과 집기구 등을 정리해야겠다.
필요없는 컵이나 잔, 다기 등은 모두 제주도에 가져가서 숨겨둬야 할 것 같다.
차를 자주 마실 줄 알았는데, 2년 전에 다기를 가져온 후에 차를 한 번도 마시지 않았다!!
나중에 제주도에 가서 살 때 다기 등을 꺼내서 와이프랑 놀아야지.